흔히 술을 주량보다 많이 마셔서 당시 기억이 사라지는 상황을 필름이 끊겼다고 표현하는데요. 블랙아웃(black out)이라고 불리는 이 상태는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각종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죠. 최근 블랙아웃을 과연 심신상실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첫 판결이 있어 이슈인데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술에 만취한 경찰 공무원 A 씨(男)가 길에서 우연히 만난 10대 B 씨(女)에게 ‘예쁘다’라고 먼저 말을 걸었다고 합니다. 이후 둘은 이야기가 잘 통해서 술집으로 가게 되었죠. 하지만 이미 B 씨 역시 A를 만나기 이전에 술을 주량 이상으로 먹었던 터라 술집에 들어가 앉자마자 바로 잠이 들어 버렸다고 합니다.
문제는 여기부터 시작되는데요. A 씨가 B 씨에게 어차피 술도 취했고 하니 모텔에서 자는 것이 어떠냐고 물었고 B 씨는 가자고 동의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둘은 모텔에 가게 된 것입니다. 대략적인 상황만 봐서는 “문제인가?“라고 되물을 수도 있는데요. 문제는 10대 B 씨의 상태입니다.
B 씨는 당시 소주를 2병이나 마셔 판단력이 흐려진 상태였으며, 집에 가는 길이 아닌 친구와 노래방에 있다가 잠깐 밖에 나온 시점에 A 씨를 만나게 된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개인 소지품도 소지하지 않은 채로 A 씨와 동행하게 된 것입니다. 핵심은 과연 B 씨를 블랙아웃에 의한 ‘심신상실’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죠. 심신상실이 될 경우는 그야말로 강제적인 성범죄로 유죄가 되기 때문입니다.
1심 재판부는 블랙아웃 상태를 심신상실로 인정했습니다. 이 사건이 일어난 시점은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입고 있었던 외투조차 입지 않은 점, 개인 소지품 등을 들고 나서지 않은 점 등이 주된 이유였는데요. 심신상실이 아니라면 상식적으로 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것입니다. 더불어 노래방에 함께 있었던 친구에게 갈 생각조차 못 했다는 것도 심신상실을 증명하는 것이라 판단되었습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1심과 전혀 다른 해석을 하여 무죄를 판결합니다. A 군과 B 양이 모텔에 들어갈 때 CCTV의 모습이 중요 증거자료가 되었는데요. 이때 B 양은 술에 취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고, 자발적으로 움직이며 객실로 갔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심신상실로 볼 수 없다는 것이죠.
대법원은 1심과 2심의 다른 해석 속에 고심하다가 결국 유죄로 판결을 내렸습니다. 즉 B 씨가 완벽한 블랙아웃에 접어들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술을 마신 후라 저항능력이 떨어졌다는 것은 사실이라는 것이죠. 더군다나 B 씨는 피고인과 우연히 처음 만났으며, 10대라는 점도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되었습니다.
블랙아웃 상태는 특히나 성범죄 관련 고소가 많이 일어납니다. 즉, 블랙아웃으로 필름이 끊겼기 때문에 평소처럼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거 없고, 더불어 항거불능 상태라는 것입니다. 이를 사실이라는 기준으로 봤을 때 준강간 죄가 성립되는 것이죠.
하지만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정상적인 대화가 가능, 충분한 대화를 하고 동의하에 모텔을 간 경우도 있는데요. 다음날 아무것도 기억 못 하는 블랙아웃 상황이었다고 말하며 고소를 하는 억울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는 일관된 진술과 CCTV 등이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된다고 합니다.
블랙아웃은 정확히 의학적으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행동, 상황 등을 고려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피해자와 가해자 간에 많은 의견 차이가 생길 수밖에 없으며, 다소 억울한 부분이 생길 우려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블랙아웃은 심신상실이다 아니다 논쟁이 많았는데요. 사실상 이번 대법원 판례는 이를 심신상태로 본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해당 사건의 판례로 인해 블랙아웃 상태에서 발생한 일들은 유죄 판정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고 볼 수 있죠. 상대방이 만취해있다면 오해 또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행동들을 안 하는 게 최선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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